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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무역과 이슬람의 탄생(2): 우리가 아는 역사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1. 꾸라이쉬 부족이 무역을 하긴 했을까? 지난 글에서는 이슬람의 사회경제적 기원 가설, 즉 무역 중심지로 경제적 번영을 누리던 메카에서 이슬람이 일종의 사회 개혁 운동으로 등장했다는 통념의 문제점을 소개했다. 패트리샤 크론은 이 가설을 뒷받침할 사료적 근거가 매우 빈약하며 메카 무역에 대한 기존의 통념은 실제 역사적 증거보다는 이슬람 이전 아라비아가 변화 없이 항상 같은 상태로 존재했다는 잘못된 가정에 토대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남부 아라비아의 예멘이 '행운의 아라비아'로 불리며 지중해 지역에 몰약과 유향 등 사치품을 활발히 교역했던 시절은 로마 제국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서기 1세기 경, 즉 이슬람이 일어나가 약 500년 전이었다. 그러나 많은 현대 연구자들은 서기 1세기 아라비아의 상황을 .. 2019. 9. 24.
광신 또는 전통: 쉬아파 '타뜨비르' 의례의 기원 및 논쟁 지난 9월 10일은 이슬람력으로 1441년 무하람 달 10일은 쉬아파 무슬림들이 3대 이맘 후세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아슈라(Ashura)였다. 후세인은 4대 칼리프이자 쉬아파의 1대 이맘인 알리의 아들이며 또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외손자이기도 하다. 그는 추종자 약 70여 명을 거느리고 680년 오늘날 이라크 카르발라(Karbala)에서 우마이야 조의 칼리프 야지드 1세(680-683)의 군대와 맞서 싸우다 무하람 10일째 되는 날 전사했으며, 약 1,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전세계 쉬아파 무슬림들은 그의 죽음을 기억하고 애도한다. 열두 이맘 쉬아파의 신앙에서 카르발라의 비극은 영원히 계속되는 선과 악 사이의 대립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맘들과 쉬아파 공동체가 견뎌내야 했던 탄압과 고난, 핍박의 역사를 환기.. 2019. 9. 10.
메카 무역과 이슬람의 탄생(1): 메카 무역은 정말 존재했을까? 1. 이슬람의 사회경제적 기원 이슬람은 왜, 어떻게 등장했을까? 아마도 가장 유명한 설명 중 하나는 이슬람이 7세기 메카의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에 저항하여 나타난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그리고 예언자 무함마드를 부패하고 타락한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더욱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한 일종의 사회적 개혁가로 바라보는 시각일 것이다. 19세기 말 후버트 그림(Hubert Grimme)이 그의 저서 『모함메드(Mohammed)』에서 주장하면서 처음 제시된 이 가설은 이후 그의 제자인 몽고메리 와트(Montgomery Watt)가 쓴 『메카의 무함마드(Muhammad at Mecca, 1953)』와 『무함마드: 예언자, 정치인(Muhammad: Prophet and Statesman, 1961)』에서 더욱 발전된다.. 2019. 8. 31.
알라딘 없는 아라비안나이트: 아라비안나이트 형성에 대한 이야기 셰흐라자드가 말했다."행복한 왕이시여, 제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이렇답니다."『아라비안나이트』 또는 『천일야화』의 주인공인 셰흐라자드는 매일 밤 위와 같은 말로 신비하고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내에게 배신당해 여자에 대한 적의를 품고 매일밤 처녀를 죽이는 샤흐리야르 왕과 이를 막기 위해 천 일 하고도 하루동안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가는 셰흐라자드의 이야기, 알라딘과 요술램프, 신드바드의 모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등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는 아랍 지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 깊은 인상을 남긴 요술램프의 유쾌한 지니와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그려냈고, 최근에는 이를 실사화한 실사화한 "알라딘" 영화도 흥행 중이다. 샤흐리야르 왕.. 2019. 6. 26.
달빛 아래 분열된 땅: 초승달의 정치학 이슬람력의 9번째 달인 라마단 달은 전세계 무슬림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달이다. 라마단 달은 코란이 유일하게 언급하는 달이자 코란의 계시가 시작된(라마단 달 27일, '권능의 밤laylat al-qadr') 신성한 의미를 지닌 달이다. 라마단 기간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단식하며, 한 달이 끝난 뒤에는 단식의 고행을 무사히 이겨냈음을 축하하는 명절인 이드 알 피뜨르(Eid al-Fitr)를 기념한다. 올해 라마단은 언제 시작되어서 언제 끝났을까? 2019년의 라마단은 지난 5월 초에 시작되어 6월 초순에 끝났고, 무슬림권은 이드 알 피뜨르를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이 글에서는 라마단이 시작된 정확한 날짜와 끝난 날짜가 아니라 '초순'과 같은 두루뭉실한 표현을 쓰고 있는 걸까? 지역에 따라 라마.. 2019. 6. 10.
왜 쉬아파 IS는 없을까? - 테러리스트와 아야톨라 때는 1980년대, 이란과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미국에게 죽음을(marg bar amrika/al-mawt lil-amrika)"을 외치며 미국을 노린 테러공격이 한창이던 시절, 반대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에 맞서던 아프간 무자헤딘(Mujahedin)을 광신도 쉬아파와는 다른 "좋은 녀석들"로 여기고 지원을 아끼지 않던 시절, 무자헤딘 지원 업무를 위해 파키스탄에 파견 나온 펜타곤의 미국 관료는 파키스탄 정부 관료에게 말했다. "쉬아파들은 피에 굶주린, 아이 잡아먹는 괴물들입니다." 스스로도 쉬아파였던 파키스탄 관료는 대답했다. "글쎄...어디 지켜봅시다. 하지만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사람들은 순니파일겁니다. 순니파들이야말로 진짜 깡패죠. 쉬아파는 그저 힘 없는 사람들에 불과합니다." 이 대.. 2019. 6. 3.
순니파와 다른 종파들: 지배하는 "중심"과 저항하는 "주변" 1. 73개의 종파: 종파 형성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 "유대인들은 71개의 종파로 나뉘었고 기독교도들은 72개의 종파로 쪼개졌다. 나의 공동체(무슬림 공동체)는 73개의 종파로 갈라질 것이며, 오직 하나만이 천국에 이르고 나머지 72개 종파는 모두 지옥불에 떨어질 것이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하디쓰지난 글("순니파와 쉬아파,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에서 다루었듯이, 이슬람의 여러 종파들은 진정한 진리와 올바른 규범, 의례와 수행, 그리고 무슬림을 구원으로 이끌 수 있는 올바른 종교적 권위에 대한 견해 등 종교적 믿음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서 서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다양한 종파들이 고백하는 이토록 다양한 신앙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코란의 계시를 받아 활동하던 그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던, 예언자 .. 2019. 5. 12.
순니파와 쉬아파,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어제의 형제, 오늘의 적: 순니-쉬아 종파 갈등을 바라보는 방법 이슬람의 종파는 크게 순니파와 쉬아파로 나눌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통계 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순니파는 전체 무슬림 중 약 85-90%로 다수를 차지하며, 소수파인 쉬아파는 무슬림 중 약 15-20%를 차지한다. 쉬아파 대다수는 이란과 이라크 남부 지역, 걸프 연안 지역 - 특히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지역 -, 레바논, 아제르바이잔에 집중되어 있으며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 등에도 상당수가 살고 있다. 출처: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16/01/04/world/middleeast/sunni-shiite-map-middle-east-iran-saudi-arabia.html 또.. 2019. 5. 1.
어제의 형제, 오늘의 적: 순니-쉬아 종파 갈등을 바라보는 방법 장면 1. 2004-2005년, 이라크 "라피다(Rāfiḍah)는 무슬림 공동체의 적이자 잠복해 있는 뱀이며 교활하고 사악한 전갈이자 내부의 배신자이며 독소 같은 존재다.....라피다는 무슬림에 대한 비밀스러운 전쟁을 선포했다. 그들은 미국보다 더욱 위협스러운 적이며 그들의 해악은 미국이 가져온 해악보다 더욱 크다." IS의 전신인 이라크 알카에다의 지도자 아부 무스압 알 자르까위(Abu Mus'ab al-Zarqawi), 순니파 무슬림들에게 이라크 쉬아파에 맞선 투쟁을 촉구하며장면 2. 2013년 봄, 이라크-시리아 국경지역이슬람국가(IS) 조직의 지휘관 샤케르 와힙 앗 둘라이미(Shaker Wahib al-Dulaymi)가 이끄는 부대는 시리아에서 이라크로 넘어오는 트럭 행렬을 강제로 멈춰세우고 운전.. 2019. 4. 8.
"종교에는 강요가 없다": 어느 구절의 역사(2) 지난 글에서 크론은 근대 이전 무슬림들이 1,000년에 넘는 세월에 걸쳐 "종교에는 강요가 없다"라는 2장 256절 구절을 오늘날 이해하는 의미와는 다르게 해석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구절이 폐기되었거나 별 의미가 없거나 특정 소수에게만 적용된다는 무슬림들의 해석과는 별개로, 코란은 분명히 "종교에는 강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코란은 이 구절의 폐기 여부와 중요성, 역사적 배경이나 구절을 적용할 수 있는 특정한 조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종교에는 강요가 없다"고 말할 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코란은 무슨 의도로,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크론의 분석을 소개한다. 1. 코란은 왜 "종교에는 강요가 없다"고 말할까? 먼저 크.. 2019.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