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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동

사우디 와하브파와 지옥에 간 예언자 무함마드의 어머니

by katib 2021. 6. 27.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글을 봤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슬람에 관한 글 대부분은 과장되었거나 때로는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이 글에서 말하는 대로 무슬림 대부분은 무함마드의 어머니가 지옥에 있다고 믿을까?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무함마드의 어머니가 지옥에 있기 때문에 그녀의 무덤을 파괴한 것일까? 한번 검증해보자.

 

1. 무함마드의 어머니는 지옥에 갔을까?

한가지 분명히 하고 가자. 코란(쿠란)은 무함마드의 말을 담은 전승록이 아니다. 무함마드가 남긴 말을 기록한 전승록인 하디스(hadith)는 코란과 전혀 다른 별개의 문헌이다. 이 글은 이 부분에서는 확실히 틀렸다. 코란은 무함마드의 어머니 아미나(Amina)나 아버지 압둘라(Abdullah)의 이름도, 그들이 죽은 이후 맞이한 운명에 대해서도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 글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흔한 글처럼 아무 근거가 없이 지어낸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놀랍게도 무함마드의 부모가 죽은 뒤 지옥에 갔다는 이야기는 실제 존재하는 전승이다! 다만 이 이야기는 코란 본문이 아닌, 후대 무슬림들이 코란 구절을 설명하기 위해 구성한 타프시르(tafsir), 즉 코란의 주석서에서 언급된다. 정확히는 코란 2장 119절에 대한 주석이다.

 

코란 2장 119절은 다음과 같다:

"إِنَّا أَرْسَلْنَاكَ بِالْحَقِّ بَشِيرًا وَنَذِيرًا ۖ وَلَا تُسْأَلُ عَنْ أَصْحَابِ الْجَحِيمِ"

 

이 구절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우리는 너(무함마드)를 진리와 함께 기쁜 소식을 전하고 경고하는 자로 보냈으니,

너에게는 지옥에 거하는 이들에 대해 책임이 없다."

 

하지만 이 구절을 읽는 다른 방법도 있다. 바로 적색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에서는 이 부분을 '라 투스알루 안 아스하비 알자힘(la tus'alu an ashabi al-jahim, 너에게는 지옥에 거하는 이들에 대해 책임이 없다)'라고 읽지만, 다른 방법에 따르면 이 구절을 "라 타스알(la tas'al an ashabi al-jahim)"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지옥에 있는 자들에 관해 묻지 말지어다"라는 뜻이 된다. 전자는 아랍어 수동태형, 후자는 아랍어 2인칭 부정명령형이다.

 

읽는 방식에 따라 구절의 의미가 달라진다면, 구절이 계시된 배경이나 내포된 함의에 대한 설명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 구절에 관해 서로 다른 두 설명이 존재한다. 먼저 이 구절을 "라 투스알루"라고 읽는 시각에 따르면, 이 구절은 무함마드에게는 그가 전한 계시를 거부한 사람들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다는 의미이다. 이 경우 이 구절은 신의 예언자를 거부한 이들에게 돌아갈 응분의 대가를 경고할 뿐, 무함마드의 부모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이 구절을 "라 타스알"이라고 읽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왜 신은 무함마드에게 "지옥에 있는 자들에 대해 묻지 말라"고 했을까? 이를 설명하면서 알타바리(Al-Tabari, 923년 사망), 알바가위(Al-Baghawi, 1122년 사망), 알쿠르투비(Al-Qurtubi, 1273년 사망), 이븐 카시르(Ibn Kathir, 1373년 사망)와 같은 코란 주석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어느 날 예언자 무함마드가 말했다. "우리 부모님이 계신 곳을 알 수 있다면!" 그러자 신이 "지옥에 있는 자들에 대해 묻지 말라"라는 계시를 내렸다."

 

누군가가 무함마드에게 이미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가 어디에 있냐고 물었을 때, 무함마드가 "지옥에 있다"고 답했다는 내용은 하디스에 언급된다. 무슬림 이븐 알핫자즈(Muslim ibn al-Hajjaj, 875년 사망)가 정리한 하디스 선집(사히흐 무슬림Sahih Muslim)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한 남자가 "신의 예언자이시여, 제 아버지는 어디에 계실까요?"라고 묻자 예언자께서는 "지옥에 있다"고 답했다. 그가 돌아서서 가려고 하자 예언자가 말했다. "그대의 아버지와 내 아버지 모두 지옥에 있다."

 

한편 이븐 마자(Ibn Majah, 887년 사망), 아부 다우드(Abu Dawud, 889년 사망), 알나사이(Al-Nasai, 915년 사망)가 전하는 하디스에 따르면 예언자 무함마드는 어머니 아미나의 무덤을 방문하고 서럽게 울면서 그의 교우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는 신에게 어머니를 용서해달라고 기원했지만 신께서는 허락치 않으셨다. 신에게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뵙겠다는 허락을 구하자 신께서는 허락하셨다. 무덤을 찾아가보라, 죽음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무슬림 대부분은 예언자의 부모가 지옥에 떨어졌다고 믿는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게 단언하고 넘어가기에는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위에 설명했듯이 코란 2장 119절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읽을 수 있으며, 오늘날 표준으로 간주되는 읽는 방식은 무함마드의 부모님의 운명과 관련된 두번째 방식이 아닌, 무함마드를 거부하는 불신자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은 첫번째 방식이다. 즉, 무슬림 전통 내에서도 2장 119절을 무함마드의 부모님이 지옥에 갔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해석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모두가 그렇게 이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예로 두 가지 읽는 방식과 두 해석 모두를 소개하면서 알타바리는 이 구절이 무함마드를 예언자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경고로 보는 쪽이 옳다고 설명한다. 20세기에 살았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 라흐만 알사으디(Abd al-Rahman al-Sa'di, 1889-1957)는 이 구절의 첫번째 의미, 즉 "라 투스알루"에 관해서만 설명할 뿐 예언자의 부모와 관련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의 글에서 말한 바와 달리 무함마드의 부모가 죽은 이후 어디로 갔느냐의 문제는 "대다수의 무슬림이 믿는다"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리온 캇츠(Marion Katz)에 따르면 역시 적지 않은 수의 무슬림 학자들은 코란 17장 15절("우리는 예언자를 보내기 전에는 누구도 벌하지 않는다")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신은 계시를 받기 전에 죽은 사람들은 심판하지 않으며, 따라서 예언자의 부모 역시 구원을 받았다고 믿었다. 즉 예언자의 부모들은 앞선 계시가 망각되고 새로운 계시가 내려지기 전의 과도기에 살던 사람들(아흘 알파트라, ahl al-fatra)로서 불신자와는 달리 심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알수유티(Al-Suyuti)와 같은 학자는 예언자의 부모가 다시 살아나 무함마드를 만나고 신앙을 고백한 뒤 다시 죽었으며 따라서 예언자의 부모는 불신자가 아닌 무슬림이었다고 주장할 정도였다(Katz, 126-127). 알쿠르투비 역시 신이 예언자의 부모를 부활시켜 무슬림으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파키스탄의 무프티 무함마드 칸 카드리(Mufti Muhammad Khan Qadri)와 같은 학자는 예언자의 부모가 무슬림으로서 천국에 들어갔다고 언급하는 전승을 모아 『무함마드의 부모는 무슬림이었다(The Parents of the Prophet Muhammad were Muslims)』라는 책을 쓰기도 했을 정도다. 이 책에서 카드리는 예언자가 위에서 살펴본 전승을 남긴 이후에 무함마드의 부모가 결국 다시 살아나서 이슬람 신앙을 받아들였다는 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한다. 조나단 브라운(Jonathan Brown) 또한 순니파 학자들은 계시가 내려지기 전에 죽은 이는 불신자가 아니라는 합의된 교리에 따라 예언자의 아버지가 지옥에 갔다는 하디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Brown, 188-189).

 

그렇다면 정말 "대다수의 무슬림들이 무함마드의 모친 아미나가 지옥에 갔다"고 믿는다고 할 수 있는가?

 

2. 사우디 와하브파는 왜 무함마드의 어머니의 무덤을 파괴했을까? 

무함마드의 어머니, 아미나의 무덤(이었던 것)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minah

 

그렇다면 강경한 이슬람 원리주의 신앙을 따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브파는 아미나가 지옥에 갔기 때문에 그녀의 무덤을 파괴했던 것일까? 이 역시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문제다. 

 

사우디 정부가 1998년 아미나의 무덤을 파괴한 것은 사실이다. 뭐 무덤을 파서 시체를 들어낸 것은 아니고 - 1,300년도 더 전에 죽은 사람이 시체가 어디 남아있겠나 - 무덤 위의 돔과 건축물을 파괴한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 와하브파가 파괴한 것은 아미나만의 무덤이 아니다. 1925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자인 이븐 사우드가 메디나를 점령했을 때, 이븐 사우드를 따르던 와하브파는 메디나 교외의 알바키(Al-Baqi') 묘역에 있던 모든 돔과 건축물을 파괴했다. 이슬람유산재단(Islamic Heritage Foundation) 의장인 이르판 아흐메드 알알라위(Irfan Ahmed al-Alawi)에 따르면 와하브 세력이 메디나를 점령했을 때 알바키 묘역에는 예언자의 딸인 파티마와 어린 나이에 죽은 아들 이브라힘, 예언자의 외손자이자 파티마와 알리의 아들인 하산, 예언자의 교우이자 2대 칼리프인 우스만과 아이샤를 포함한 예언자의 아내들 등이 묻힌 무덤이 있었다.

 

2대 칼리프이자 예언자의 교우인 우쓰만의 무덤(이었던 것)

설마 사우디 정부가 우쓰만도 지옥에 갔다고 생각해서 무덤을 밀어버렸을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l-Baqi%27

 

와하브파가 이들의 무덤을 파괴한 이유는 이들이 지옥에 있어서가 아니었다. 누가 예언자의 딸과 아내와 손자가 그리고 무슬림의 칼리프가 지옥에 갔다고 믿겠는가? 와하브파는 죽은 사람이 묻힌 묘를 방문하고 기원하는 것이 올바른 이슬람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불신 행위라고 규정했고, 그에 따라 많은 무슬림들이 찾던 예언자의 가족과 교우들의 무덤을 파괴한 것이다. 예언자의 딸과 손자와 친구들의 무덤도 남아나지 않을 판에 예언자의 어머니의 무덤이라고 횡액을 피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인더펜던트에 따르면 아미나의 무덤이 1998년에 파괴된 이유는 무덤이 1998년에 발견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와하브파와 사우드 가문이 메카와 메디나의 묘역을 파괴한 배경에는 단순히 종교적 이유뿐만 아니라 여러 동기가 있었지만 적어도 아미나가 지옥에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에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아래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1. 예언자의 부모가 지옥에 갔다는 전승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슬림 대부분이 받아들이는 합의된 전승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2. 사우디 정부가 아미나의 무덤을 파괴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미나가 지옥에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무함마드의 어머니에 관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글에 담긴 내용은 완전히 날조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사실인 내용과 부분적으로 사실인 내용을 꿰어맞춰 결국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이면서 마치 완전한 사실인양 하는 것 역시 결국에는 거짓이라고 봐야하는 것 아닐까?

 

쉽게 말을 지어내는 것은 쉬워도 그 말을 제대로 검증해보기는 어렵다. 세상이 좋아져서 코란 원문과 번역, 타프시르와 하디스를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코란과 타프시르, 하디스를 뒤지고 영문 위키에 인용된 자료를 찾느라 여러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원글을 쓴 사람은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까.

 

이처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말은 아무리 재미있어 보이더라도 함부로 믿어서는 곤란한 것이다. 

 

 

PS: 번외로, 가브리엘 사이드 레이놀즈(Gabriel Said Raynolds)는 2장 119절의 사례를 들며 오늘날 우리가 특정한 코란 구절이 계시된 배경이라고 알고 있는 내용 대부분이 실제 역사적 사실이 아닌 후대 무슬림들이 특정 구절을 이해하기 위해 구성해낸 이야기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무슬림들이 정말 코란의 어떤 구절이 어떤 상황에서 계시되었는지 처음부터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 전통적 서사에 따르면 마땅히 그래야한다. 무함마드와 동시대에 있던 사람들이 그 후손들에게, 다시 그 후손들에게 전달하면서 전승이 끊이지 않았을테니까 -, 왜 2장 119절에 대해 서로 다른 읽는 방식과 해석이 존재하는가? 레이놀즈는 2장 119절에 관한 두 해석 모두 옳을 수도, 하나가 옳을 수도, 모두가 옳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둘 중 하나가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고, 둘 다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할 수 있는 다른 근거가 없는 한, 우리는 이 두 해석 중 무엇이 진짜 옳고 무엇이 그른지 알 수 없다(Reynolds, 137).


참고문헌

Brown, Jonathan A. C. Misquoting Muhammad: The Challenge and Choices of Interpreting the Prophet's Legacy. Oneworld Book, 2014.

Katz, Marion Holmes. The Birth of the Prophet Muhammad: Devotional piety in Sunni Islam. Routledge, 2007.

Raynolds, Gabriel Said. The Emergence of Islam: Classical Traditions in Contemporary Perspective, Fortress Pres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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