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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동

탈레반 이전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한 장의 사진, 복잡한 현실

by katib 2021. 8. 17.

우리의 광복절이 누군가에게는 암흑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2021년 8월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고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항복하면서 20년 간 쏟아 치른 막대한 희생이 죄다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고작 이런 결과를 위해 지난 20년간 그토록 많은 희생을 치루었는가

 

1990년대 탈레반의 집권은 아프가니스탄에 수많은 상처를 남겼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여성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억압이었다. 지금 탈레반은 과거처럼 여성을 혹독하게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나를 포함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마 매우 드물 것이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이후 최근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두 장의 사진이 있다. 하나는 탈레반 이전 자유로운 옷차림을 한 카불의 여성들이다. 

 

1972년, 탈레반 이전의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처: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7/aug/23/photos-afghan-women-foreign-policy-trump-womens-rights

 

다른 하나는 탈레반이 휩쓸고 간 이후, 부르카를 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다:

 

2013년, 탈레반 이후의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

출처: https://edition.cnn.com/2014/06/05/asia/gallery/afghan-women-past-present/index.html

 

이 두 장의 사진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 남긴 것이 무엇인지를, 한때 자유로웠던 아프간 여성들이 탈레반 집권 이후 어떤 상황에 내몰렸는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이 두 장의 사진은 때로는 탈레반만이 아니라 '이슬람'이라는 종교 자체를 비판할 때에도 인용되곤 한다. '한때는 자유로웠던 여성들이 이슬람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뭐 그런 논지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세상일이란게 그렇게 쉽고 간단하지만은 않은 법이다.

 

1962년 카불

출처: https://edition.cnn.com/2014/06/05/asia/gallery/afghan-women-past-present/index.html

 

1975년 카불

출처: https://www.wikiwand.com/en/Burqa

 

위 두 장의 사진은 1994년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기 전, 아프가니스탄이 '자유'롭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찍힌 사진이다. 탈레반도 무자히딘도 알카에다도 없었던 그 '좋았던 시기', 미니스커트를 입고 머리카락을 내보인 여성들이 자유롭게 활보하던 시기에도 카불 어딘가에서는 부르카를 입던 여성들이 있었다. 

 

탈레반 이전 시기에 살던 저 여성들이 왜 부르카를 입었는지 그 이유는 모른다. 자의였을지 타의였을지는 모른다. 탈레반 이전에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자유롭지 않았다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은 1970년대 아프간 사회의 극히 일부였을 뿐 대다수는 여전히 부르카를 입었다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슬람과 여성 인권에 관한 복잡한 논의를 하려는 것도 이슬람이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종교라는 점을 옹호하려는 것도 아니다. 1980년대 이후 중동 사회 전반에서 종교성이 강화되고 보수적 가치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면서 여성의 권리와 자유가 제한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진은 다만 탈레반 이전 미니스커트를 입었던 여성들도 있었듯이, 탈레반 이전에도 부르카를 입었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보여줄 뿐이다. 그저 한 장의 사진이 한 사회의, 한 시대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음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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